지리산 태극종주 실패기
산행일시 : 2012년 8월17~18일 무박산행
날씨 : 흐리고 소나기
▣ 지리태극종주길 총구간 거리 90.5KM
[동남능선] 18KM=산청군 사리마을 - 수양산 - 벌목봉 - 웅석봉 - 밤머리재
[동부능선] 21.9KM=밤머리재 -도토리봉 -왕등재 -청이당-두류봉-중봉 - 천황봉 - 장터목산장
[주능선] 27.6KM=장터목산장-연하봉-촛대봉-세석산장-선비샘-벽소령산장-연하천산장-화개재-삼도봉-임걸령샘터-노고단-노고단산장-성삼재
[서부능선] 23KM=성삼재-작은고리봉-만복대-정령치-큰고리봉-세걸산-세동치-부운치-팔랑치-바래봉-덕두봉-구인월마을
진행코스 : 덕산교~시무산(402m)~수양산(502m)~벌목봉(743m)~마근담봉(926m)~큰들날봉~웅석봉(1099m)~밤머리재(620m)
산행거리 및 시간: 덕산교~시무산1.1km 40분소요. 시무산~수양산1.5km 30분소요. 수양산~벌목봉1.2km 50분소요. 벌목봉~마근담봉4.1km 2시간30분소요
(아침식사50분포함)마근담봉~큰들날봉2.7km 55분소요. 큰들날봉~웅석봉2.6km 45분소요. 웅석봉~밤머리재5.2km 2시간10분소요. 총18km 8시간30분 산행.
참여인원 : 감로수 선정화
지난달 7월22일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면서 꼭 풀어야할 숙제 한 문제가 생겼다. 인간 한계점에 도전한다고 말할 만큼 완주하기가 싶지 않는다는 지리태극종주에 도전하려한다.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곧바로 이어서 지리산 주능선 성삼재~대원사 종주에다 8월15일 고향 총동창회에 참석해서 밤을 지새운 탓에 피로가 쌓여 몸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지만 자영업을 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문을 걸어 잠글 수도 없는 일이고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내년 하계휴가 때나 생각해볼 일이 기에 2012년 8월17일 하계휴가라는 문패를 사업장 문에다 걸어놓고 서울남부터미널로 발길을 돌린다.
22시40분에 출발하는 진주행 심야고속버스를 타고 3시간 30분 만에 경남산청 원지터미널에 도착하였다. 해장국이라도 먹고 출발하면 좋으련만 터미널 주변은 외져서인지 모두가 문을 닫아버렸다. 이리저리 해매다 24시편의점에 들러서 따뜻한 커피한잔을 사서 택시에 올라 집에서 가져간 떡 한조각과 같이 요기를 하였다. 태극종주 들머리인 덕산 사리마을로 향하는 중 갑자기 소나기가 한차례 지나간다. 시작부터 조금은 불길한 마음이 들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고 별로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8월18일 02시30분에 경남 산청 덕산 사리마을회관앞에 도착하여 스트레칭도 열심히 하고 산행준비도 꼼꼼히 하고 02시50분부터 산행을 시작하였다.
사리마을 회관 앞에서 약20m 전방에 길 건너 오르막길로 연결되는 임도를 따라 20분정도 진행하여 임도에서 산길로 막 접어들었을 때 난데없이 사이렌 소리가 산천을 울리더니 낭랑한 여성목소리가 옥외 스피커를 타고 들려오는 소리! 지금은 비상사태라면서 사리마을 지역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경계경보를 발효한다는 청천병력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다. 가는 길을 멈추고 잠시생각에 잠겨보지만 가든 길을 뒤돌아서야만 된다든 결론이 나온다. 일단 마을로 내려가서 상항 파악을 한 뒤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에 빠른 걸음으로 산을 내려오는데 굵다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재빨리 마을 회관 앞으로 이동하여 마을회관 문 앞에다 자리를 펴고 오늘은 여기를 베이스캠프로 정한다고 농담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정말이지 많은 비가 오기 시작한다. 이 상항에 산행은 도저히 불가능하고 우선 잠을 좀 자두기로하고 잠시 눈을 부쳤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비는 그쳤고 안개는 자욱하지만 하늘은 조금 벗어진듯하고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소리만 뚜~욱 뚜~욱 반복된다. 산행을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생각에 읊은 선정화님을 깨었다. 재빠르게 산행 준비를 하고 05시50분부터 재도전 산행을 시작한다.
마을회관 옆 도로변에 있는 약간오르막길 임도를 따라서 20분쯤 진행하여 새벽에 뒤돌아서야했던 그 자리에 도착하였다. 임도를 버리고 산길로 들어서자 울창한 소나무 숲이 우거지고 바닥은 푹신푹신한 게 느낌이 참 좋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06시30분에 시무산을 넘어선다. 새벽에 내린 비 때문에 풀잎에 이슬이 많아서 벌써부터 등산화가 다 젓는다. 꾸준히 능선 길을 올라 07시에 수양산에 도착하여 잠시 목을 축이며 휴식을 취하였다. 또다시 수양산을 내려와서 참나무 숲이 우거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습도가 높아서인지 평소보다 많은 양의 땀이 흐른다. 아니 흐른다기보다 솟아진다는 표현이 옭을 것 같다.
등산화는 이슬에 젖어서 팅팅 불었고 옷은 땀에 흠뻑 젖은 꼴이 옷을 입은 채 그대로 물속에 뛰어들었다 나온 사람 같다. 이렇게 약30분정도 진행하여 07시50분에 벌목봉에 도착하였다. 사방은 짙은 안개가 자욱하고 우거진 수풀 때문에 아무것도 조망할 수가 없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벌목봉을 내려와서 지리산 둘레길 이정목을 지나고 또 한 번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 810봉에서 자리를 펴고 아침 먹을 준비를 한다. 오늘아침 메뉴는 집에서 싸 짊어지고 간 도시락 장조림 캔1개 풋고추 김치 등 푸짐한 밥상이다. 등산화를 벗고 젖은 양발 물기를 짜내고 팅팅 불은 발바닥을 잠시 말려보지만 더덕이 져버린 발바닥은 보기가 흉하다. 느긋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뒷정리도 하기 전에 선정화님은 먼 거리를 가야하기에 긴장을 했는지 먼저 출발해버린다.
10시20분에 마근담봉을 지나 11시15분에 큰들날봉을 지났다. 웅석봉 1.1km 이정표를 지날 때 인월 에서 출발한 지리태극종주 팀들의 응원을 받으며 빠른 걸음으로 진행한다. 어찌된 일인지 40분이 지나도 웅석봉 삼거리가 나오질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실재거리는 2.6km이다. 12시에 웅석봉삼거리에도착하여 선정화님은 잠시 쉬게 하고 나 혼자만 웅석봉을 향한다. 웅석봉 정상은 사방이 탁 트인 천왕봉까지 흔히 내다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이지만 오늘은 안개 때문에 조망은 없고 단체로 등산하는 산악회회원님들 정상식 먹는 소리만 시껄벅쩍 하다. 재빨리 정상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서는데 또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자구만 마음이 조급해 지는 것을 달래며 빠른 걸음으로 밤머리재를 향한다. 빗줄기는 점점 더 굶어지고 자구만 불길한 예감이 스쳐간다. 능선 길을 한참 진행하다 나무계단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밤머리재다. 14시20분에 밤머리재에 도착하여 버스를 개조하여 매점을 운영하시는 권 사장님께 캔 맥주 두 개를 사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제는 비가 내리는 게 아니라 아주 양동이로 퍼붓듯이 솟아진다. 처음시작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 하더니 끝내는 포기를 해야되나보다 생각하니 아쉽기가 태산 같다. 대자연 앞에 한 인간이란 한없이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게 한다.
제아무리 의지가 강하고 기술이 뛰어나고 강인한 체력을 가졌다 해도 산이 길을 내어주지 않으면 절대로 산을 오를 수 없다는 어느 한 산악인의 말이 솟아지는 빗줄기를 타고 나의 뇌리를 스쳐간다. 갈길 을 일어버린 망아지처럼 넋을 일고 쏟아지는 빗줄기만 바라보며 그 자리에서 한참을 머물다 산청 택시를 불러 타고 산청터미널로 이동하여 주변 목욕탕에서 샤워를 하고 뽀송뽀송하게 마른 옷을 갈아입고 16시10분에 출발하는 서울남부터미널행 고속버스를 타고 귀경하였다. 이번산행은 비롯 완주는 실패했지만 그 어느 산행 때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땀도 가장 많이 흘린 것 같다.
경남 산청군 덕산리 사리마을회관 앞에 도착했네요 ㅎ
산행준비 완료 기념사진 한장 남기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마을회관 앞에서 20m정도 전진하면 도로건너편 오르막길 임도를 따라 진행합니다.
많은 비가 예상된다구 비상 사태라고 방송하는 바람에 다시 뒤돌아 와서 마을회관 문앞에 자리깔고 상항을 지켜보고 있는중니다.
날도 맑았고 비도 그쳤네요 시간은 많이 늦어졌지만 제도전 합니다.
임도를 버리고 본격적으로 산길로 들어섭니다.
시무산을 넘어서~~~~ㅎ
수양산을 오르고 잠시 물한모금 마시고 쉬어갑니다.
푸른 녹음 지대를 지날때 고사리가 지천이네요 ㅎㅎㅎ
가파른 오르막길 한바탕 힘을 썼더니 온몸에 땀이 범벅입니다.
지리산 둘레길 이정목을 지나고 ~~~~~ㅎ
다시한번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오르면 810봉 ~~여기서 아침먹고 쉬어갑니다.
에구 뒷정리도 다못했는데 벌써 선정화님은 흘쩍 가버렸네요 ㅎ
마근담봉을 지납니다.
954봉을 지나고
991봉을 지납니다.
여기서 이정표에는 웅석봉까지 1.1.km라고 되어 있지만 실재거리는 2.6km입니다.
베낭 내려놓고 잠시 웅석봉에 다녀옵니다.
정상 바로 밑에서 성상식 먹는 산객들이 분주한데 여기는 아무도 없네요 셀카로 한장 촬칵 ㅎ
안개 때문에 멀리는 보이질 않지만 밤머리재로 통하는 도로기 어렴푸시 보이네요 ㅎ
앞으로 걸어야 하는 능선을 바라보니 가슴이 설래입니다.
밤머리재에 도착했네요 잠시 비가 멈춘다 싶더니 더 많이 솟아집니다. ㅠㅠ
캔맥주 한캔씩 마시고 솟아지는 빗줄기를 하염없이 바라 보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산청 터미널로 택시타고 이동하여 16시10분차 타고 귀경하였습니다.
완주를 실패하고 돌아서는 발길은 한없이 아쉬웠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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