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풍경 / 감로수
언제나 오려나 아득하게만 느껴지든
그날! 그날이 왔나 보다.
끈질기게 미련을 보이든 늦더위를
꼬리까지 밀어낸 듯 서늘한 찬 공기가
코끝을 자극하고
파란 물감을 칠해 놓은 듯
높아만 보이는 청명한 하늘아래
하얗게 떠있는 솜털 같은 뭉게구름
어릴 적 읽어보았든 동화책 속으로 빠져든다.
줄지어 하늘을 날으는 기러기 때
자유를 만끽하고 탐스러운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는 가수 밭엔
달콤한 향기 쫓아 곤충들이 날아든다.
벼 이삭이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에선
시건방 춤을 추듯 흐느적거리는 허수아비
풍년가를 노래하고 형형색색 곱게 피어난
가을 들꽃이 풍성한 가을 풍경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