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도마소리 / 감로수
어둠이 깔린 새벽!
비몽사몽간에 들리는
아내의 도마소리!
오늘도 환한 형광등 불빛
아래서 아름다운 연주가 시작된다.
이분의 일 박자로 정확하게
이어지는 소리는 야채를 써는 소리!
뚝뚝 느린 박자로 내는 소리는
큰 무우를 써는 소리!
퉁 퉁퉁 내려치는 소리는
마늘을 다지는 소리!
가끔 소리가 멈춰지면
썰어놓은 야채를 보글보글
끓는 물에 넣는 쉼 박자!
잠시 후면 집안 가득한
뿌연 김 서림 속에
구수한 된장 냄새!
이쯤에서 여지없이 내 뱉는
아내의 그 한마디
늦었어 어서 밥 부터 먹어
여보! 오늘도 감사히 먹습니다.
당신의 도마소리는 이세상
그 어떤 연주 곡 보다 가장
아름다운 연주 곡 입니다.